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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반도 지진안전지대 아니다…소형모듈원전 개발 서둘러야"

원호섭 기자
입력 : 
2016-09-19 18:10:48
수정 : 
2016-09-19 19: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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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원전보다 1000배 안전…선진국 개발 나서
이상희 헌정회 정책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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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지진으로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습니다.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상용화가 시급합니다." 이상희 대한민국헌정회 정책위원회 의장(78)은 SMR 전도사로 불린다.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낸 4선 의원인 그는 1987년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을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촉진법'을 입안한 뒤 에너지와 관련된 여러 정책을 개발·제안하고 있다. 이 의장은 지난 18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조선 철강 등 한국 경제의 주축 산업들이 중국에 밀려 쇠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자립을 통해 수입을 대체하고 수출사업화해 경제 회복의 물꼬를 터야 한다"며 "SMR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수입하고 있는 에너지는 175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또한 2030년까지 한국은 이산화탄소를 37%나 감축해야 한다. 이 의장은 "SMR가 에너지 자립과 환경문제 해결을 잡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SMR는 기존 원전이 갖고 있는 발전용량인 1000~1400㎿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인 10~300㎿의 작은 원전이다. 크기가 작아 공사기간도 현 원전의 절반가량인 2년이 채 되지 않으며 3000억원 정도면 건설할 수 있다.

이 의장은 "SMR는 러시아가 1960년대부터 핵잠수함에 탑재했던 기술"이라며 "냉각수 대신 금속을 이용해 원자로를 식히기 때문에 바닷가뿐 아니라 육지나 땅속에 건설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품 수도 현 원전의 100분의 1인 1만개에 불과하다. 4세대 원전으로 현재 미국과 프랑스, 영국, 중국 등 원전 선진국들이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이 의장은 SMR 개발·상용화가 시급한 이유 중 하나로 지진을 언급했다.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의장은 "원전은 냉각수가 필요해 바닷가를 중심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데, 언제든 지진이나 쓰나미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SMR는 대형 원전보다 최소 1000배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형 원전의 안전성은 이미 러시아 핵잠수함이 수십 년간 안전하게 운영되면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SMR 상용화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다. 핵잠수함 기술을 이용한 경험을 살려 민관 공동 투자를 통해 'AKME엔지니어링'을 설립한 뒤 2017년부터 SMR 건설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 의장은 "러시아와의 협력이 빠른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인 NEA 보고서에 따르면 용량 90㎿급 SMR형 소형 원자력발전소의 발전단가는 kwh당 62원으로 산출됐다. 이는 설비용량이 1400㎿인 대형 원자력발전소와 비교했을 때 1.8배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SMR가 확대되면 비용절감이 이뤄지면서 기존 원전 대비 최소 10~40%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전력 기반시설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와 독립 계통이 유리한 산간 도서 벽지 지역 등을 중심으로 500~1000기의 SMR가 운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약 35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이 의장은 "SMR 상용화 경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빠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수입과 조선해양 등을 대체할 신성장 주력 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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