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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P ‘넘버1’ 을 만나다]이상희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창의력 중시 대학교육에 국가 미래 달려”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1 17:15

수정 2014.06.11 17:15

이상희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이상희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명문대 화학공학과에 다니던 그는 걸핏하면 아팠다. 휴학을 하고 잠시 쉬다가 검정고시를 치렀다. 매일같이 약을 먹어야 하니 아예 약대에 입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약국을 개업하면 큰돈을 벌 수 있던 시절이었다. 박사 과정 중 전국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고 어린 나이에 교수 제의도 받았다. 괴짜 기질이 다분한 그는 인생의 항로를 또 한번 틀었다.
변리사를 거쳐 국회의원이 됐고 과학기술부 장관까지 됐다. 그는 급변하는 삶 속에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상희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이야기다. 칠순을 훌쩍 넘겨 백발이 성성한 이 이사장은 여전히 왕성한 기력을 자랑한다. '대한민국을 세계 지재권의 컨트롤타워'로 만들겠다는 다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장차 지재권의 WTC 만들 것"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에는 10여명의 상주 직원이 있다.

이곳은 그가 30여년 전 과기부 장관을 할때 입법활동 연구기관으로 활용하던 곳이다. 지금은 지식재산 관련분야 연구와 프로젝트를 비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있지만 이 이사장은 이곳을 장차 '지재권의 세계무역센터(WTC)'로 키우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제가 볼 때 한·중·일 3국 중 인적 자원은 우리 한국이 가장 뛰어나요. 두뇌, 열정, 승부욕 등이 특히 우수하죠. 하지만 국가적인 지원체계나 연구비 규모를 보면 가장 뒤떨어져요. 특허를 기반으로 한 과학인재 육성이 정말 시급합니다."

그는 전 국민이 특허 보유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 직장인, 주부 등 누구라도 일상에서 생각해 낸 생활아이디어로 특허를 받을 수 있고 이것이 모이면 지재권 강국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간이 만료된 특허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개량하고 일상에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식재산이 자본과 결합해 상품으로 활용돼야 국가가 발전합니다. 쓰지 않는 특허는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어요. 발명이 어렵고 부담스럽다면 잠자는 특허를 깨우는 일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취업준비생만 양성하는 대학, 바뀌어야

그는 최근 모 대학 특별강연에서 '중간·기말고사를 없애라'라는 파격발언을 했다. 학생들은 환호했고 교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터넷이 이렇게 발달된 시대에 조금만 검색하면 모범답안이 다 나와 있습니다. 뭐하러 리포트 쓰라고 하고 베꼈나 안 베꼈나 검사하고 그럽니까. 차라리 창업동아리를 만들고 특허를 취득하면 시험을 면제하는 방식이 낫지요. 국가적으로도 훨씬 도움이 되는 것 아닙니까."

이 이사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100명의 대학생이 경쟁해 20명만이 대기업에 들어가는 현실은 희망이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세월호 사건을 빗대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생명들이 침몰하는 배 속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처절한 취업전쟁도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이라도 어른들이 나서서 대안을 제시하고 탈출구를 알려줘야 하는데 여전히 많은 이들이 타성에 젖어 명문대, 대기업만 고집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노벨상의 아이디어 중 80%가 대학에서 시작됩니다. 대학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뭔가를 가르치고 평가하는 곳이어선 안 돼요. 학생들이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공간이어야 하지요."

그는 젊은 인재들의 창의성을 깨우는 일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시절 그는 지역구 내 대학생 350명을 대상으로 자비를 들여 과학연수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한국과학발명영재단 이사장, 한국우주소년단 총재,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을 역임하며 과학인재 육성에 앞장섰다.

"앞으로 우리 산업은 공룡 생태계에서 미생물 생태계로 바뀝니다.
덩치가 큰 기업보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 더 유리해질 거예요. 큰 조직의 일원이 되려 하지 말고 창의성을 키워 스스로 먹여 살리는 인재가 돼야 합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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